야구선수들은 왜 뚱뚱할까요? 유난히 야구에는 뚱뚱한 선수들이 많이 보이죠? 그래서 ‘야구가 스포츠냐’ 라는 비아냥 섞인 이야기도 많이 듣습니다. 왜 야구에는 뚱뚱한 선수들이 많은 이유와 그 선수들이 갖는 장점과 단점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야구선수들은 왜 뚱뚱할까?
야구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이런 표현을 하곤 합니다. “운동선수가 저렇게 뚱뚱하다니… 그냥 쉬엄쉬엄 하는 스포츠 아니야?”
정말 사실일까요? 야구에서 뚱뚱한 선수들이 많은 이유를 팩트부터 확인해 보겠습니다.
‘힘’이 중요하기 때문에
야구는 힘이라는 스포츠로 모든 걸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물리적 의미로서의 힘입니다. 이 힘이란 것이 야구에서는 그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힘은 질량 X 가속도라고 합니다. 즉, 힘의 양을 올리기 위해서는 질량과 가속도 중 하나를 올려야 합니다. 그런데, 가속도를 올리는 것보다 질량을 올리는 것이 더 쉽고 효과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투수가 강하고 빠른 공을 던지려면 몸을 회전시키고 어깨를 돌리는 것보다 몸무게를 증가시켜서 에너지 레벨 자체를 한 곳에 집중시키는 것이 더 좋습니다. 타자도 마찬가지입니다. 강하고 빠른 공을 맞추려면 가벼운 몸보다 무거운 몸이 더 큰 힘을 내기 쉽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홈런 타자들은 비교적 크고 무거운 선수들이 많은 편입니다. 이대호 같은 선수들을 보면 이를 쉽게 알 수 있죠.
체급이 깡패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고, 이 명제는 분명히 야구에도 통용되는 요소입니다.
‘유연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해서 야구선수가 근육질보다 지방질인 게 좋다는 건 아닙니다. 야구는 힘뿐만 아니라 유연성도 중요한 스포츠입니다.
유연성이란 몸의 관절이나 근육이 움직임에 따라 적절하게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능력을 말합니다. 유연성이 좋으면 부상을 예방하고 퍼포먼스를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특히, 투수들에게는 유연성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투수들은 포지션 특성상 유연성이 좋아야 강한 구속과 다양한 구질을 낼 수 있습니다. 보디빌더처럼 크고 강한 근육보다 오히려 체조선수처럼 유연한 근육이 더 좋습니다.
그래서, 과도한 근육은 오히려 몸을 더 뻣뻣하게 만들고 움직임의 각을 제한하기에 단단하고 밸런스 좋은 코어와 유연한 신체 스펙이 오히려 더 좋은 투수가 될 수 있는 조건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오히려 극단적으로 근육이 엄청나게 많은 것보다 비교적 단단하지 않는 지방이 더 많은 게 투구를 하는 데 더 용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야구 선수들 중 뚱뚱한 선수들이 비교적 투수에게 자주 찾아볼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심폐지구력’이 덜 중요하기 때문에
야구에서 뚱뚱해도 상관없는 마지막 이유는 야구는 심폐지구력이 타 스포츠에 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심폐 지구력이란 심장과 폐의 기능을 말합니다. 심폐 지구력이 좋으면 운동을 오래하거나 강도가 높은 운동을 할 때 피로를 덜 느낄 수 있습니다.
야구는 테니스, 축구와 같은 스포츠와는 다르게 정적인 스포츠입니다. 실시간 스포츠가 아니라 턴제 스포츠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굳이 많이 뛸 필요가 없고, 많이 뛰려면 반드시 필요한 가벼운 몸무게를 유지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렇기에, 굳이 고생해서 뺄 필요가 없는 거죠. 핑계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아닙니다. 이런 증거는 반대로 외야수와 유격수를 보면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외야수와 유격수의 경우
외야수와 유격수는 살찐 선수를 찾아보기 힘든 포지션입니다. 그 이유는 각각 다릅니다.
- 외야수: 외야수는 큰 외야를 커버해 수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비교적 빠른 발을 갖고 있는 선수가 유리합니다. 민첩하진 않더라도 빨라야 하죠. 그래서 근육이 많고 운동신경이 좋은 발빠른 선수들이 외야의 많은 거고, 그런 타자들이 당연히 운동 신경과 잘 발달된 근육으로 더 좋은 타격을 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몸이 크면서 운동신경이 좋은 선수들이 보통 외야수를 많이 하는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유격수: 유격수는 가장 많은 타구를 처리해야 하는 포지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빠른 순발력과 민첩성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살찐 무거운 몸무게나 민첩성이 떨어질 수 있는 큰 근육을 별로 선호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실제로도 그런 선수들이 많지 않습니다. 뚱뚱한 유격수는 정말 찾아볼래야 볼 수가 없습니다. 유격수는 날렵하고 잘 움직이는 선수가 되어야 합니다.
이렇게 포지션마다 선호하는 신체적 특성의 차이가 있기에 야구 선수들 중 일부가 뚱뚱해질 수 있는 이유입니다.
야구에서 뚱뚱한 선수들이 갖는 장점
야구에서 뚱뚱한 선수들이 갖는 장점은 무엇일까요? 앞서 말했듯이, 야구는 힘과 유연성이 중요한 스포츠입니다. 뚱뚱한 선수들은 이 두 가지 요소를 잘 활용할 수 있습니다.
- 힘: 뚱뚱한 선수들은 몸무게가 많기 때문에 힘의 양을 쉽게 올릴 수 있습니다. 특히, 타격에서는 무거운 몸이 더 큰 힘을 낼 수 있기 때문에 홈런을 쉽게 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대호 선수는 194cm에 130kg의 거대한 체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KBO에서 323개의 홈런을 치고, MLB에서도 14개의 홈런을 날렸습니다. 그는 자신의 몸무게를 잘 활용하여 강력한 타격을 보여줬습니다.
- 유연성: 뚱뚱한 선수들은 근육보다 지방이 많기 때문에 유연성이 좋을 수 있습니다. 특히, 투구에서는 유연성이 좋아야 강한 구속과 다양한 구질을 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CC 사바시아 선수는 191cm에 136kg의 거대한 체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MLB에서 251승을 거두고, 2007년에는 사이영상을 받았습니다. 그는 자신의 몸무게를 잘 컨트롤하면서 유연하고 강한 투구를 보여줬습니다.
야구에서 뚱뚱한 선수들이 갖는 단점
그렇다고 해서 야구에서 뚱뚱한 선수들이 더 뛰어나기만 한건 아닙니다. 야구에서 뚱뚱한 선수들이 갖는 단점도 있습니다.
- 부상: 뚱뚱한 선수들은 몸무게가 많기 때문에 부상에 취약할 수 있습니다. 특히, 관절이나 인대 등에 부담이 가기 쉽습니다. 예를 들어, 바톨로 콜론 선수는 180cm에 127kg의 거대한 체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MLB에서 247승을 거두고, 2005년에는 사이영상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자주 부상에 시달렸습니다.
- 심폐 지구력: 뚱뚱한 선수들은 심폐 지구력이 좋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심폐 지구력은 운동을 오래하거나 강도가 높은 운동을 할 때 피로를 덜 느낄 수 있는 능력입니다. 야구는 심폐 지구력이 중요하지 않은 스포츠라고 해서 완전히 필요 없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양준혁 선수는 178cm에 100kg의 거대한 체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KBO에서 351개의 홈런과 202개의 도루를 기록하며 홈런왕과 도루왕을 각각 2번씩 차지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심폐 지구력이 부족하여 경기 중에 숨이 차거나 힘이 빠지는 모습을 자주 보였습니다.
뚱뚱한 야구 선수들이 사라진다?
이제 이마저도 과거처럼 심하게 뚱뚱한 선수들을 갈수록 보기 힘들어질 겁니다. 스포츠 사이언스는 발전해 가고 있고, 스포츠의 영양학도 발전해 가고 있어 어떤 상태의 신체 컨디션을 유지할 때 가장 좋은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가에 대해서 더 정답이 확실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인간은 다양하고 야구는 루틴과 미신의 스포츠이기도 하기 때문에, 끝까지 자신의 뚱뚱한 신체적 특성을 유지하는 선수들이 생기기도 할 겁니다. 그리고 야구 팬들은 아마도 야구가 끝나는 날까지 살이 얼마나 쪘는가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게 되겠죠. 선수가 뚱뚱 하더라도 오늘 경기에서 안타 하나 삼진 하나 더 잡아주면 그걸로 충분하니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