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행을 가면 느끼는 가장 큰 불편함 중 하나가 바로 화장실입니다. 공중 화장실이 부족하고, 찾아도 대부분 유료인데다가 더럽고 낡은 경우가 많습니다. 왜 유럽은 화장실 문화가 이렇게 발전하지 못했을까요? 유럽의 화장실 문제에 대해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현실적인 이유들을 알아보겠습니다.
유럽의 화장실 문화
유럽 여행을 가면 느끼는 가장 큰 불편함 중 하나가 바로 화장실입니다. 공중 화장실이 부족하고, 찾아도 대부분 유료인데다가 더럽고 낡은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지하철이나 버스 정류장 같은 곳에는 화장실이 없으니, 유럽 여행은 곧 화장실과의 전쟁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유럽에서 수세식 화장실의 역사가 매우 길다는 점입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는 이미 수도관과 배관을 이용해 공공시설과 개인 주택에 수세식 화장실을 설치하고 운영했습니다. 로마 시내에는 400여 개의 공중 화장실이 있었고, 도시 전체를 관개하는 수로와 하수도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로마 제국이 망하면서, 유럽의 화장실 문명도 함께 쇠퇴하게 됩니다. 중세 시대에 들어서면서 기독교가 지배적인 이념이 되고, 몸에 대한 금욕주의와 청결에 대한 오해가 퍼지기 시작합니다. 목욕이나 화장실 사용이 정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하여, 육체적인 욕구를 억제하려고 했습니다. 그 결과, 유럽의 도시들은 오물과 악취로 가득차게 되고, 전염병이 잦아지게 됩니다.
유럽의 목욕과 화장실 문화가 사라지면서, 심지어 궁전에서도 화장실이 없어지게 됩니다.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전에는 700여 개의 방이 있었지만, 화장실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왕과 귀족들은 대낮에도 거리에서 소변을 보거나, 요강에 담긴 배설물을 창밖으로 내던지는 등의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화장실 유료화의 역사
유럽의 화장실 유료화 역시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서기 74년, 로마 황제 베스파시아누스는 재정난을 극복하기 위해 공중 화장실의 사용료를 걷기로 했습니다. 동시에 화장실 외의 곳에서 소변을 보는 사람에게는 벌금을 물렸습니다. 이 때문에 많은 로마인들이 냄새나는 황제라고 비난했지만, 황제는 돈은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반박했습니다.
영어로 토일렛이라고 부르는 것도, 유럽의 화장실 유료화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프랑스 파리에서 볼일이 급하면 사람들은 toile(뚜왈) 쳤습니다. 그럼 망토를 들른 사람들이 나타나 큰 통을 내주는데, toile(뚜왈)은 프랑스어로 망토를 뜻합니다. 거기에 앉아 볼일을 보는 동안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도록 망토로 가려주었습니다. 이 이동식 유료 화장실인 toile(뚜왈)이 영국으로 넘어가 토일렛이 되었습니다
왜 해결되지 않을까?
유럽의 화장실 문제에 대해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인 이유들을 알아보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이유들만으로 현재의 상황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합니다. 유럽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복지가 잘 되어 있는 지역 중 하나입니다. 그렇다면 왜 화장실이라는 원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일까요?
현실적인 이유로는 건축물의 문제와 인식의 문제가 있습니다. 유럽의 유서 깊은 도시들에는 200년 이상 된 건물들이 많습니다. 골목은 복잡하고 협소하고, 돌로 지어진 집들도 많습니다. 이런 건물들은 대개 도시 계획법이나 건축 관련법의 규제를 받습니다. 새로 화장실을 만들고 싶어도 법적으로 불가능하거나 공사비가 상상 이상으로 많이 들게 됩니다. 게다가 물의 석회 성분이 파이프를 막기 때문에 배관 교체도 자주 해줘야 합니다. 화장실 유지 비용도 그만큼 많이 든다는 뜻입니다.
인식의 문제로는 사용자 부담 원칙과 안전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는 보통 화장실은 공공시설물로 생각합니다. 그러니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고 운영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이를 사용자가 당연히 부담해야하는 비용이라고 생각합니다. 화장실을 청소하고 관리하는데 드는 비용이 생기니 당연히 사용자가 부담해야 되는것이라 생각하는 것이죠.
화장실 유료화는 해결 중?
유럽의 화장실 문제는 오랜 역사와 복잡한 현실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유럽의 일부 도시들은 화장실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독일의 베를린은 공중 화장실의 수와 품질을 높이기 위해 민간 업체와 협력하고 있습니다. 베를린에는 200여 개의 공중 화장실이 있으며, 이 중 50여 개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나머지는 0.5유로 정도의 요금을 내야 하지만, 깨끗하고 안전하며 장애인이나 유모차 이용자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공중 화장실의 위치와 정보를 알려주는 앱도 있어서, 여행자들이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스웨덴의 스톡홀름은 공중 화장실의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카페나 식당, 백화점 등의 사업체들에게 화장실을 개방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업체들은 정부로부터 임대료 감면이나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이런 사업체들의 화장실 위치와 정보를 알려주는 표지판이나 스티커를 붙여서, 여행자들이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파리는 공중 화장실의 더러움과 파손을 막기 위해, 자동 청소 기능과 안티 그래피티 코팅을 적용한 공중 화장실을 설치하고 있습니다. 이런 공중 화장실은 150여 개가 있으며, 대부분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파리 시청은 공중 화장실의 수와 품질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개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유럽의 일부 도시들은 화장실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들이 전 유럽에 퍼져야 한다는 점과 함께, 유럽인들의 화장실에 대한 인식과 태도도 변화해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화장실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와 권리입니다. 그러니 유럽 여행을 가던 현지인이던, 모두가 편안하고 쾌적하게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기대해봅니다.